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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44

[약초 공장] 벚꽃길 끝의 도라지밭 소소한 일상 [약초 공장] 벚꽃길 끝의 도라지밭 ▣ 옮겨온 글 ▣예전 블로그에 써두었던 글을 옮겨 왔다. 문장은 그때 그대로 두고, 읽기 편하게 조금만 매만졌다. 그 시절을 통틀어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하루를 꼽으라면, 나는 상주로 도라지를 캐러 갔던 날을 고른다.일 자체는 그해 가장 고된 축에 들었는데, 이상하게 기억에 남은 건 고생이 아니라 그날의 빛이다.사람 기억이라는 게 그렇더라.그날 일을 떠올리면 허리 아픈 것보다 먼저 분홍색이 올라온다.■ 농사나 짓지, 라는 말먼저 한마디 해두고 싶은 게 있다.나도 시골 태생이라 자연을 가까이 두고 자랐다.그런데 아버지는 공무원이셨고 어머니는 미용실을 하셨으니, 집안에서 농사를 지은 건 아니었다.방학 때마다 안동 임동에 사시던 이모님 댁에 놀러 가서 거들던 게 내가 해본 농사일의 전부였다.그러니 농사일.. 2025. 3. 16.
[약초 공장] 두충나무 껍질을 벗기던 봄 소소한 일상 [약초 공장] 두충나무 껍질을 벗기던 봄 ▣ 옮겨온 글 ▣예전 블로그에 써두었던 글을 옮겨 왔다. 문장은 그때 그대로 두고, 읽기 편하게 조금만 매만졌다. 약초라는 걸 나는 그 나이가 되도록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한약방에서 지어주는 봉지 안에 뭐가 들었는지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그게 산에서 어떻게 나와서 어떤 손을 거쳐 그 봉지에 들어가는지, 나는 그해 봄에 처음 봤다. ■ 사월 하순에 시작된 일두충나무 껍질을 벗기는 작업은 사월 하순에 시작됐다.내가 처음 올라간 날이 사월 이십사일이었다.그때쯤 되어야 나무 속에 물이 올라서 껍질이 잘 벗겨진다고 했다.육월 중순까지는 물이 있어서 벗겨지지만 그 시기를 넘기면 벗길 수가 없다고, 그래서 그 두 달 가까운 기간에 빡세게 해치워야 한다고 했다.그 말을 듣고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며칠 .. 2025. 3. 16.
[약초 공장] 산에서 만난 사람들 소소한 일상 [약초 공장] 산에서 만난 사람들 ▣ 옮겨온 글 ▣예전 블로그에 써두었던 글을 옮겨 왔다. 문장은 그때 그대로 두고, 읽기 편하게 조금만 매만졌다. 시골에 내려오면 사람이 그리워질 거라고들 한다.나는 반대였다.혼자가 편해서 내려온 사람이었고, 당분간은 아무하고도 엮이고 싶지 않았다.그 생각이 완전히 바뀐 게 그해 봄, 그 공장에서였다. ■ 면접 보러 가던 날근처 약초 가공 공장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얘기를 들었다.약초를 대량으로 채취해 도매로 약재상에 넘기는 곳이라고 했다.2월 말, 면접을 보러 갔다.큰길에서 보니 약초 공장이 바로 보였다.시골 한가운데 있는 공장이니 나이 지긋한 분들이 일하시겠거니 했는데, 막상 안으로 들어가 보니 분위기가 뜻밖이었다.작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나와 두어살 차이나는 또래인것 같았다.그 자리에서 마.. 2025. 3. 16.
[시골 정착] 마당이 있는 집 소소한 일상 [시골 정착] 마당이 있는 집 ▣ 옮겨온 글 ▣예전 블로그에 써두었던 글을 옮겨 왔다. 문장은 그때 그대로 두고, 읽기 편하게 조금만 매만졌다. 누군가 문경에서 보낸 시간 중에 언제가 제일 좋았냐고 물으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그 보름 남짓을 꼽는다.번듯하게 해놓은 것도 없고 통장에 남은 것도 별로 없던 때였는데, 이상하게 그 시절만 떠올리면 지금도 입꼬리가 먼저 올라간다. ■ 일을 그만두던 날여사님의 빈집으로 이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경에 와서 처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다.이유는 여기 적지 않으려 한다.한 달 보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무 연고도 없던 나와 팔복이를 받아준 곳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처음 일주일 동안 눈을 쓸고 난로에 불을 붙이던 아침들도 고마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2월 중순, 마지막 출근을.. 2025. 3.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