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일기9 소소한 일상 [약초 공장] 깔끔한 차림의 양복 신사 ▣ 옮겨온 글 ▣예전 블로그에 써두었던 글을 옮겨 왔다. 문장은 그때 그대로 두고, 읽기 편하게 조금만 매만졌다. 사람 하나를 만나서 인생이 달라졌다는 말을 나는 예전에 잘 몰랐다.운이 좋았던 사람들이 나중에 붙이는 설명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있더라.지금도 그분 얘기를 꺼내면 말이 길어진다.이 블로그에 그 얘기가 여러 번 나올 텐데, 시작은 전부 이 하루에서 비롯됐다.그것도 아주 평범한 날, 평범한 자리에서 시작됐다. ■ 작업장에 양복 차림의 낯선 사람그 공장에는 가끔 외부에서 사람들이 찾아왔다.약재상이나 거래처 사람들이었고, 대개는 트럭을 몰고 와서 짐을 싣고 바로 떠났다.그날도 평소와 다를 게 없는 날이었다.오전에 산에 올라갔다 내려와 마당에서 껍질을 고르고 있었는데, 마당 쪽에서.. 2025. 3. 16. 소소한 일상 [약초 공장] 30분을 달려 짬뽕 한 그릇 ▣ 옮겨온 글 ▣예전 블로그에 써두었던 글을 옮겨 왔다. 문장은 그때 그대로 두고, 읽기 편하게 조금만 매만졌다. 나는 술을 많이 좋아한다.일산에서 터 잡고 살 때는 술도 많이 먹고 담배도 많이 피웠는데, 담배는 끊었다.한 십 년은 넘은 것 같다.그나마 내가 한 일 중에 제일 잘한 일 하나라고 해야 할까.술은 못 끊었다.끊을 생각도 없었다.다만 혼자 지내면서 술이 늘면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는 알고 있었으니, 거기까지는 가지 않으려고 나름 선을 두고 지냈다. ■ 짬뽕이 급하게 땡기는 날한동안 안 마시던 술을 며칠 머리가 복잡해서 마셨더니 짬뽕이 급하게 땡겼다.술을 마신 다음 날 짬뽕이 생각나는 게 아니라, 짬뽕을 먹으려고 술을 마신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그 순서가 뒤바뀐 지는 오래됐다.혼자 .. 2025. 3. 16. 소소한 일상 [약초 공장] 벚꽃길 끝의 도라지밭 ▣ 옮겨온 글 ▣예전 블로그에 써두었던 글을 옮겨 왔다. 문장은 그때 그대로 두고, 읽기 편하게 조금만 매만졌다. 그 시절을 통틀어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하루를 꼽으라면, 나는 상주로 도라지를 캐러 갔던 날을 고른다.일 자체는 그해 가장 고된 축에 들었는데, 이상하게 기억에 남은 건 고생이 아니라 그날의 빛이다.사람 기억이라는 게 그렇더라.그날 일을 떠올리면 허리 아픈 것보다 먼저 분홍색이 올라온다.■ 농사나 짓지, 라는 말먼저 한마디 해두고 싶은 게 있다.나도 시골 태생이라 자연을 가까이 두고 자랐다.그런데 아버지는 공무원이셨고 어머니는 미용실을 하셨으니, 집안에서 농사를 지은 건 아니었다.방학 때마다 안동 임동에 사시던 이모님 댁에 놀러 가서 거들던 게 내가 해본 농사일의 전부였다.그러니 농사일.. 2025. 3. 16. 소소한 일상 [약초 공장] 두충나무 껍질을 벗기던 봄 ▣ 옮겨온 글 ▣예전 블로그에 써두었던 글을 옮겨 왔다. 문장은 그때 그대로 두고, 읽기 편하게 조금만 매만졌다. 약초라는 걸 나는 그 나이가 되도록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한약방에서 지어주는 봉지 안에 뭐가 들었는지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그게 산에서 어떻게 나와서 어떤 손을 거쳐 그 봉지에 들어가는지, 나는 그해 봄에 처음 봤다. ■ 사월 하순에 시작된 일두충나무 껍질을 벗기는 작업은 사월 하순에 시작됐다.내가 처음 올라간 날이 사월 이십사일이었다.그때쯤 되어야 나무 속에 물이 올라서 껍질이 잘 벗겨진다고 했다.육월 중순까지는 물이 있어서 벗겨지지만 그 시기를 넘기면 벗길 수가 없다고, 그래서 그 두 달 가까운 기간에 빡세게 해치워야 한다고 했다.그 말을 듣고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며칠 .. 2025. 3. 16.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