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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사업 시작] 어떻게 차별화를 줄까?

by 사람들생각 2025. 3. 16.

▣  옮겨온 글 ▣

예전 블로그에 써두었던 글을 옮겨 왔다. 문장은 그때 그대로 두고, 읽기 편하게 조금만 매만졌다.


 

사업자를 냈다고 팔 물건이 저절로 생기는 건 아니었다.

산에서 나오는 그걸 어떤 모양으로 내놓을 것인가, 그게 처음 붙들고 앉은 숙제였다.

공장에서 나오는 품목은 여러 가지였다.

산에서 베어 껍질을 벗긴 것, 밭에서 캐서 씻어 말린 것, 계절마다 나오는 것들이 따로 있었다.

그중에 집에서 쓰기 좋은 것들을 골라야 했다.

잘 팔릴 것 같은 걸 고르는 게 아니라, 내가 설명할 수 있는 것부터 골랐다.

내가 산에 같이 올라가 본 것, 널어 말리는 걸 본 것.

그래야 설명을 쓸 때 제대로 자세하게 설명하게 된다.

처음에 욕심을 내서 생산하는 모든걸 다 할까 생각 했다.

그런데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이 걸렸다.

가짓수가 많으면 사진도 그만큼 찍어야 하고 설명도 그만큼 써야 한다.

혼자 하는데 그걸 다 하면 어느 하나도 제대로 안 된다.

그래서 처음에는 몇 가지만 제대로 올리기로 했다.

나중에 하나씩 늘려가면 되는 거였다.

 

민들레 홀씨처럼 퍼트리자



■ 품질에는 자신이 있었다

품질에는 자신이 있었다.

내가 직접 산에 올라가 채취한 것이니 그 점만큼은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았다.

어느 산에서 언제 벤 건지, 껍질을 어떻게 벗겨 어디서 말린 건지를 전부 봤다.

그런 걸 아는 사람이 파는 것과 받아서 넘기는 사람이 파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그 자신감이 화면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거였다.

사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어느 집 물건이나 똑같이 생겼다.

좋은 상품을 가지고 있는 것과, 그것을 사람들한테 제대로 어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게다가 약초라는 아이템 자체가 소비층의 나이대가 뚜렷했다.

젊은 사람들이 찾는 물건이 아니었고, 시장이 두텁지도 않았다.

좁은 시장에서 똑같이 생긴 물건을 파는 셈이었다.

값으로 붙으면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값을 깎아서 이기는 방법은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다.

그건 돈 많은 쪽이 이기는 싸움이고, 나는 그 싸움에 들어갈 돈이 없었다.

그러면 다른 걸로 갈라져야 하는데, 그 다른 게 뭔지를 몰라서 며칠을 앉아 있었다.

결국 내가 가진 게 뭔지를 적어봤다.

산에 직접 올라가 본 것, 공장에서 넉 달 일해본 것, 재료가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지 아는 것.

그리고 하나 더, 예전에 물건을 팔아본 경험.

물건으로는 못 가르는데 그걸 내놓는 방식으로는 가를 수 있겠다 싶었다.

 

 

약초 공장 사진 : 약초 즙

 

■ 시골 제품이지만 시골스럽지 않게

그때 떠오른 게 조 대표님이 하신 말씀이었다.

시골에서 생산되는 제품이라 해도 도시적인 감각을 더하고, 깔끔한 이미지와 청결한 콘셉트로 다가가면 통한다고.

그 말을 내 식으로 한 줄로 바꿔 적었다.

시골 제품이지만 시골스럽지 않게.

그 한 줄이 그 뒤 몇 해 동안 내 기준이 됐다.

뭘 할지 말지를 정할 때마다 이 줄로 돌아와 판단했다.

이게 시골스러워 보이나, 아니면 깨끗해 보이나.

그 질문 하나로 안 할 일이 꽤 정리됐다.

값이 좋다고 아무거나 받아다 팔기 시작하면 그 집이 뭘 하는 집인지가 흐려진다.

흐려지면 결국 값으로만 비교당하고, 값으로 비교당하면 못 버틴다.

그 간단한 원리를 그때 처음으로 내 일에 적용해 봤다.

약초를 파는 집들은 대개 비슷한 인상을 준다.

누런 봉지, 손으로 쓴 글씨, 빛바랜 사진.

정겹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처음 사보는 사람한테는 미덥지 않게 보이기도 한다.

먹는 거라서 더 그렇다.

깨끗해 보이는 게 맛보다 먼저다.

그래서 반대로 가기로 했다.

손글씨 대신 인쇄된 글씨를 쓰고, 누런 봉지 대신 속이 보이는 깨끗한 봉지를 쓰기로 했다.

사진에는 군더더기를 안 넣기로 했다.

약초 사진에 꽃이니 리본이니를 올려놓은 집이 더러 있었는데, 그게 오히려 신뢰를 깎는다고 봤다.

먹는 걸 파는 집은 담백한 쪽이 믿음직해 보인다.

꾸미면 꾸밀수록 뭔가 가리는 것 같아 보인다.

그래서 사진에는 물건과 바닥과 벽만 나오게 했다.

촌스러움을 덜어내고 담백하게.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이 제품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팔 수 있을까, 그 생각뿐이었다.

밥 먹으면서도 그 생각을 했고 누워서도 그 생각을 했다.

재미있었다.

서울에서 사업할 때는 이런 걸 직접 해본 적이 없었다.

사람을 쓰고 맡기면 됐으니까.

혼자 하니까 하나부터 열까지 내 손을 거쳐야 했는데, 그게 처음엔 막막하다가 나중엔 재미가 됐다.

내가 정한 게 그대로 결과로 나오는 걸 보는 재미였다.

몸이 고단한 건 산에서 넉 달을 했으니 익숙했는데, 머리가 이렇게 돌아가는 건 오랜만이었다.

 

약초공장 사진 : 간에 좋다는 벌나무 원물




■ 로고와 포장지

제일 먼저 한 게 로고를 만든 일이었다.

거창하게 간 게 아니라 알아보기 쉽게 갔다.

복잡한 그림은 작게 줄이면 뭉개진다.

봉투에 찍히고 스티커에 붙고 화면에 작게 들어가야 하니, 멀리서 봐도 형태가 남는 쪽으로 정했다.

색도 많이 쓰지 않았다.

색이 많으면 인쇄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고, 봉투와 스티커와 상자에 각각 다른 느낌이 난다.

단색으로 가면 어디에 찍어도 같은 인상이 남는다.

그런 건 해보기 전에는 모른다.

로고를 만들면서 한 가지를 더 정했다.

어디에 붙이든 같은 자리에 같은 크기로 붙인다는 것.

봉지든 상자든 설명지든 같은 위치에 있으면 보는 사람이 금방 익힌다.

매번 다른 데 붙어 있으면 몇 번을 봐도 기억에 안 남는다.

그다음이 포장지였다.

이게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안 깨지고 안 새고 냄새가 안 배는 것, 그리고 보기에 깨끗한 것.

그 네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걸 찾느라 샘플을 여러 번 받았다.

받아보고 직접 담아보고 들고 흔들어보고 하면서 걸렀다.

샘플을 받아놓고 하루를 그냥 쓴 날도 있었다.

같은 약초를 서로 다른 봉지에 담아놓고 나란히 세워놓은 다음, 멀찍이 떨어져서 봤다.

가까이서 보면 다 괜찮아 보이는데 멀리서 보면 확 갈린다.

화면에서는 어차피 작게 보이니까 멀리서 보는 쪽이 맞다고 생각했다.

시골에서 나는 제품이지만, 받아보는 사람이 기분 좋을 수 있는 포장.

그 인상 하나를 바꾸는 게 나의 첫 번째 목표였다.

포장지 하나에 뭘 그렇게까지 하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는 사람이 우리 물건을 처음 만지는 순간이 그 포장지다.

산에서 어떻게 캤는지는 그다음 얘기다.

먼저 손에 닿는 것이 먼저 판단을 만든다.

특히 먹는 거라서 더 그렇다.

깨끗해 보이는 게 맛보다 먼저다.

시골에서 만들었다고 하면 정겹게 보는 사람도 있지만, 위생을 먼저 걱정하는 사람도 그만큼 있다.

그 걱정을 포장이 먼저 덜어줘야 한다고 봤다.

그래서 봉지를 고를 때 속이 보이는 쪽을 택했다.

안에 뭐가 들었는지 바로 보이면 설명이 반은 끝난다.

가릴 게 없으면 보여주는 게 제일 빠르다.

 

약초공장 사진 : 남자에게 좋다는 야관문



■ 소분하는 단위

팔 단위를 정하는 데도 생각이 필요했다.

결국 백 그램, 이백 그램, 삼백 그램, 오백 그램, 일 킬로그램으로 나눠서 소분해 팔기로 했다.

도매로 넘길 때는 포대 단위였다.

무게로 거래하고 시세로 값이 정해지고 끝이었다.

집에서 쓰려고 사는 사람한테는 그 단위가 아무 의미가 없다.

한두 사람 먹을 만큼이 얼마인지를 내가 정해서 내놔야 했다.

처음 사보는 사람은 백 그램, 두어 번 써본 사람은 삼백 그램, 집에서 꾸준히 달여 드시는 분은 일 킬로.

그렇게 상상하면서 단위를 나눴다.

처음에는 한두 가지만 할까 했는데, 해보니 단위가 여러 개인 게 나았다.

작은 걸로 한 번 사본 사람이 다음에 큰 걸로 넘어오는 흐름이 생겼다.

처음부터 일 킬로만 걸어놨으면 그 사람들은 아예 안 들어왔을 거다.

문턱을 낮게 하나 만들어두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가격도 단위마다 그냥 비례해서 매기지 않았다.

큰 단위로 갈수록 그램당 값이 내려가게 해뒀다.

많이 사는 쪽이 이득이라는 게 눈에 보여야 다음 단계로 넘어온다.

그 정도는 예전에 옷을 팔면서 배운 거였다.

저울을 하나 샀다.

그램 단위까지 나오는 걸로 골랐고, 그게 그 시절 내가 새로 산 몇 안 되는 물건 중 하나였다.

소분이라는 게 말로 하면 간단한데 해보면 전혀 아니다.

덜어내고 더하고, 봉투에 담고 입구를 접고 붙이고.

한 봉지에 몇 분씩 걸린다.

그걸 하루 종일 하면 저녁에 손가락이 잘 안 펴진다.

산에서 주걱으로 껍질을 비집던 손이, 이번에는 봉투를 접느라 굳었다.

그래도 그때는 그게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내 이름으로 내보내는 물건을 내 손으로 담는 일이었으니까.

포대에 퍼담아 트럭에 실어 보내던 때와는 손에 남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약초공장 사진 : 말린 뽕나무 잎



■ 저울 앞에 다시 서다

저울을 쓸 때마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몇 달 전까지 나는 저울 반대편에 서 있던 사람이었다.

우리가 한 달 동안 산에서 해온 걸 올려놓고, 값을 깎이는 쪽에 서 있었다.

그런데 이제 내가 재는 쪽이 됐다.

그래서 더 조심했다.

내가 당했던 걸 내가 하면 안 되니까.

표시한 무게보다 모자라게 가는 일은 절대 없게 했고, 늘 조금씩 넘치게 맞췄다.

상호가 그런 이름인데 덜 담으면 말이 안 되기도 했다.

그렇게 담아서 보내면 가끔 연락이 왔다.

생각보다 양이 많다고, 고맙다고.

그 한마디가 그 시절에는 꽤 컸다.

값을 깎이는 자리에 서 있을 때는 아무도 그런 말을 해주지 않았으니까.

같은 약초인데 포대에 담겨 있을 때와 봉지에 담겨 이름이 붙었을 때가 그렇게 달랐다.

물건이 달라진 게 아니라 내놓는 방식이 달라진 거였다.

공장 마당 저울 앞에서 답답했던 게 뭐였는지, 소분 봉지를 접으면서 비로소 정리가 됐다.

억울할 일이 아니라 비어 있던 자리였다.

 




"작은 일이 완벽을 만든다. 그리고 완벽은 작은 일이 아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조각가이자 화가인 미켈란젤로는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그리느라 사 년 가까이 비계 위에 올라가 고개를 젖힌 채 작업했고, 그 때문에 목과 눈이 상했다고 전해진다.

한 사람이 높은 천장 구석의 인물 하나를 며칠씩 다듬고 있는 것을 보고, 어차피 저렇게 높은 곳은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텐데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러자 그는 내가 안다고 답했다고 한다.

위의 말은 그런 그의 태도를 보여주는 문장으로 오래 인용돼 왔다.

 

—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Michelangelo Buonarroti, 1475~1564). 이탈리아의 조각가·화가·건축가.

 

눈에 띄지도 않을 작은 손질이 결국 전체의 수준을 정한다는 뜻이다.

큰 틀은 누구나 비슷하게 짜고, 차이는 늘 아무도 안 볼 것 같은 자리에서 벌어진다.

그러니 미리 공들여 둘 곳은 남이 보는 곳이 아니라 내가 아는 곳이다.

 

봉지 하나 접는 자리에서 그 차이가 난다는 걸, 그 여름에 손으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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