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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벤처기업 인증] 그날 저녁의 술 한잔

by 사람들생각 2026. 1. 27.

▣  옮겨온 글 ▣

예전 블로그에 써두었던 글을 옮겨 왔다. 문장은 그때 그대로 두고, 읽기 편하게 조금만 매만졌다.


 

인증 받고 조 대표님이랑 술을 한잔 제대로 했다.

그동안 같이 일하면서 밥은 여러 번 먹었지만, 그렇게 앉아서 길게 마신 건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서류가 끝났고 결과가 나왔고 그날은 둘 다 할 일이 없었다.

그런 날이 사실 잘 없다.

일이 진행 중일 때는 마셔도 머릿속에 서류가 남아 있고, 일이 안 될 때는 마실 기분이 아니다.

끝나고 나서 비는 날이 하루 있는데, 그날이 그런 날이었다.

자리는 읍내에 있는 작은 식당이었다.

번화한 데가 아니고, 테이블 몇 개 놓인 집이다.

문경 내려와서 몇 해 지나니 그런 집이 편해졌다.

시끄럽지 않아서 얘기가 들린다.

그날은 둘이 앉아서 꽤 오래 있었다.

처음에는 서류 얘기를 했고, 중간에 농사 얘기를 했고, 마지막에는 사는 얘기를 했다.

술자리 순서가 대개 그렇게 간다.

그분도 그날은 좀 편해 보이셨다.

일할 때는 말을 아끼는 분인데, 그날은 본인 얘기도 조금 하셨다.

이 일 하면서 끝까지 가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처음에 열심히 하던 사람도 한두 해 지나면 연락이 끊기는 경우가 흔하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나한테 오래 붙어 있다고 하셨다.

칭찬인지 아닌지 애매한 말인데, 나는 칭찬으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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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대표님이라는 분

그분을 처음 만난 게 그보다 몇 해 전이다.

그 뒤로 내가 받은 종이 대부분에 그분 손이 들어가 있다.

법인 바꿀 때도, 6차 산업 때도, 임업후계자 때도, 이번에도 그랬다.

내가 밭이랑 공장에서 하는 일을 하면 그분이 그걸 서류 언어로 바꿔주셨다.

그게 생각보다 큰 일이다.

현장에서 하는 말과 서류에 들어가는 말이 다르다.

나는 "산에서 받아다가 말려서 끓여 담는다"고 말하는데, 그걸 서류에서는 다르게 적어야 한다.

그 번역을 해주는 사람이 옆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크다.

그날 술자리에서 그 얘기를 했다.

대표님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못 했을 거라고.

그분은 웃으면서 아니라고 하셨다.

자기가 한 건 종이 쓰는 것뿐이고, 쓸 게 있어야 쓴다고.

없는 걸 쓸 수는 없다고.

그 말이 그날 제일 기억에 남았다.

듣기 좋은 말로 한 게 아니었다.

그분은 그 일을 오래 하셨으니 서류만 좋고 속은 빈 회사를 많이 보셨을 거다.

그런 데는 아무리 잘 써줘도 어느 지점에서 막힌다.

적어놓은 게 없으면 심사하는 쪽에서 물었을 때 대답이 안 나온다.

그러니 쓸 게 있어야 쓴다는 말은, 몇 해 동안 뭐라도 해뒀느냐는 질문이었던 셈이다.

그 질문에 그때는 대답할 게 있었다.

그게 그날 술이 달았던 이유였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서류를 쓰는 일이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다.

없는 걸 있어 보이게 만드는 쪽과, 있는데 안 보이는 걸 보이게 만드는 쪽.

앞쪽은 금방 들통나고 뒤쪽은 실력이 든다.

우리 서류는 뒤쪽이었다.

공장에 있던 것들, 몇 해 동안 쌓인 기록들, 그때 하던 개발.

전부 있는 것들인데 서류로는 안 보이던 것들이었다.

그걸 보이게 만든 게 그분 몫이었고, 그 전에 그걸 만들어둔 게 내 몫이었다.

 



■ 네 장이 모였다는 말

그러면서 그분이 한 말이 있었다.

이제 네 장이 모였다고.

해썹, 6차 산업, 임업후계자, 벤처.

그 네 개가 한 회사에 다 붙어 있는 데가 이 근방에 없다고 하셨다.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바로 못 알아들었다.

종이가 네 장이면 네 장이지 싶었다.

그분 설명은 이랬다.

해썹은 만드는 과정을 믿어도 된다는 종이고, 6차 산업은 농사부터 판매까지 한 줄로 이어져 있다는 종이고, 임업후계자는 원재료 쪽에 뿌리가 있다는 종이고, 벤처는 앞으로 할 게 남아 있다는 종이라고.

그 네 가지가 다 다른 걸 본다는 거였다.

그러니 겹치지 않고 네 방향이 채워진 셈이라고.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았다.

한 장씩 받을 때는 그냥 하나 더 받았다는 생각이었는데, 넷을 모아놓고 보면 그림이 하나 생겼다.

그러면서 그분이 한 가지를 더 짚어주셨다.

종이는 하나씩 보면 값이 비슷한데, 겹치는 걸 여러 장 모으면 값이 안 올라간다고.

같은 쪽을 보는 인증을 둘 받아놓으면 상대 머릿속에서는 한 장으로 센다는 거였다.

그래서 받을 걸 고를 때 방향을 보라고 하셨다.

지금 비어 있는 방향이 어디냐를 먼저 보고, 거기에 맞는 걸 받으라고.

그게 요령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순서 얘기였다.

회사가 어디가 약한지를 알면 받을 것도 정해진다.

그 말을 그 뒤로 몇 번 써먹었다.

그 자리에서 내가 농담처럼 물었다.

그럼 다음에 비어 있는 방향은 어디냐고.

그분은 웃으면서 수출이라고 하셨다.

우리는 다 국내 쪽 종이였으니 바깥으로 나가는 쪽이 비어 있다고.

그 얘기를 듣고 그날은 재미있게 들었다.

산에서 받은 걸로 만든 음료를 들고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다.

 



■ 받으면 열리는 것들

그날 그분이 벤처 확인을 받으면 제도상 뭐가 열리는지를 쭉 얘기해주셨다.

그때 들은 것들을 나중에 내가 다시 찾아서 확인했는데, 대체로 이렇게 되어 있었다.

먼저 세금 쪽이다.

창업하고 얼마 안 된 회사가 벤처 확인을 받으면 법인세나 소득세를 몇 해 동안 절반으로 깎아주는 제도가 있다.

창업한 지 몇 해 안 된 경우에 해당하는 조건이 붙어 있다.

우리는 2017년에 시작해서 2022년에 받았으니 그 조건에 안 맞았다.

그 얘기를 듣고 좀 아깝다 싶었다.

몇 해 일찍 받았으면 됐을 거라는 얘기니까.

그런데 그때는 받을 수 있는 회사가 아니었다.

그러니 아까운 것도 아니다.

그걸 그날 조 대표님이 짚어주셨다.

제도는 대개 조건이 붙어 있고, 조건은 대개 시기와 규모로 걸려 있다.

그러니 같은 제도를 놓고도 어떤 회사는 받고 어떤 회사는 못 받는다.

그게 불공평한 게 아니라, 그 제도가 어떤 회사를 밀어주려고 만들어진 건지가 조건에 들어 있는 거라고 하셨다.

창업 초기 세금 감면은 막 시작한 회사가 버티게 해주려고 있는 거다.

우리는 막 시작한 회사가 아니었으니 그 제도가 겨냥한 데가 아니었던 셈이다.

그렇게 알아들으면 아까운 마음이 줄어든다.

그리고 하나 더 있다.

조건을 알고 나면 순서를 짤 수 있다.

우리는 몰라서 늦었는데, 뒤에 시작하는 사람은 알고 시작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얘기를 적어두는 게 쓸 데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겪은 순서가 제일 좋은 순서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어떤 순서가 있다는 것, 그리고 조건이 시기로 걸려 있는 게 많다는 것 정도는 미리 알면 다르다.

 



■ 그 밖에 되어 있는 것들

그다음은 부동산 쪽이다.

벤처 확인을 받은 회사가 사업에 쓸 부동산을 사면 취득세를 상당 부분 깎아주고, 재산세도 몇 해 동안 면제하거나 줄여주도록 되어 있다.

이건 땅이나 건물을 새로 살 때 쓰는 거다.

우리는 당장 살 계획이 없었으니 그냥 알아두는 선이었다.

보증 쪽도 있다.

기술보증기금에서 보증을 받을 때 한도가 일반 기업보다 크게 잡히도록 되어 있다.

금융 쪽은 내가 자세히 말할 자리가 아니니 그렇게 되어 있다는 정도만 적어둔다.

사람 쪽도 있다.

연구개발 전담 조직을 둘 때 인정받는 인원 기준이 완화되는 게 있고, 직원한테 주식매수선택권을 줄 때 세금 쪽에서 봐주는 게 있다.

특허 쪽은 우선심사 대상이 된다.

심사를 먼저 봐준다는 뜻이고, 결과를 봐준다는 뜻이 아니다.

광고 쪽도 있었다.

공영방송 광고를 만들 때 제작비 일부를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고, 라디오는 비율이 더 높게 되어 있다.

상장 쪽도 요건이 일부 완화되는 게 있다고 들었다.

그건 우리와 한참 먼 얘기라 흘려들었다.

그리고 유효기간이 있다.

한 번 받으면 평생 가는 게 아니라 몇 해마다 다시 봐야 한다.

확인서에 기간이 찍혀 나오고, 그 기간이 지나면 다시 심사를 받아야 자격이 이어진다.

그게 처음에는 번거롭게 보였는데, 생각해보면 그래서 값이 유지되는 거다.

한 번 받고 끝이면 받은 지 오래된 종이와 방금 받은 종이가 같아진다.

기간이 있으니 그 종이를 들고 있는 회사는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 말을 듣고 나니 기간이 있는 게 오히려 낫다 싶었다.

그날 들은 것 중에 숫자가 붙은 것들도 있었는데, 그건 여기에 적지 않는다.

제도는 해마다 바뀌고, 비율이나 한도는 특히 자주 바뀐다.

몇 해 전 얘기를 숫자까지 적어두면 그게 지금 맞는 것처럼 읽힐 수 있다.

그래서 방향만 적었다.

그런 쪽으로 열려 있다는 것까지가 내가 말할 수 있는 선이다.

정확한 건 그때그때 공식 안내를 보는 게 맞다.

 



■ 쓸 데 있는 것과 없는 것

그 얘기를 들으면서 머릿속으로 골라냈다.

우리가 당장 쓸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세금 깎아주는 건 조건이 안 맞았고, 부동산은 살 게 없었고, 상장은 다른 세상 얘기였다.

그러면 뭐가 남나.

남는 건 두 가지였다.

하나는 자금을 구할 때 쓰는 자리가 넓어지는 것.

다른 하나는 사람을 뽑거나 거래를 틀 때 설명이 짧아지는 것.

그 두 가지가 작아 보이지만, 작은 회사한테는 그게 제일 아픈 데다.

돈 구할 자리가 좁은 것과 설명하는 데 힘이 많이 드는 것.

그 둘이 작은 회사를 계속 붙잡고 있는 것들이다.

돈 쪽은 설명이 길어지니 그렇게 되어 있다는 선에서 접고, 설명이 짧아진다는 쪽만 조금 더 적는다.

작은 회사로 거래를 트려고 전화를 걸면 첫 삼십 초가 제일 어렵다.

상대는 바쁘고, 우리는 처음 듣는 이름이다.

그 삼십 초 안에 이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를 전달해야 한다.

그 전에는 그걸 말로 했다.

어디서 뭘 어떻게 만드는 작은 회사인데 해썹 받았고 농산물 가공을 하고 있고, 이런 식으로 길게 갔다.

말이 길면 상대가 끝까지 안 듣는다.

그런데 앞에 한마디가 붙으면 그 삼십 초가 짧아진다.

짧아진 자리에 제품 얘기를 넣을 수 있다.

그게 실제로 일하는 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었다.

그러니 네 장 중에 제일 바로 쓰는 건 사실 종이 자체가 아니라, 그 종이가 상대방 머릿속에 만들어주는 그림이었다.

 



■ 제도는 아는 사람만 쓴다

그날 또 하나 배운 게 있었다.

이런 제도가 아주 많다는 것, 그리고 대부분 모르고 지나간다는 것이다.

조건에 맞는데도 몰라서 안 쓰는 경우가 흔하다고 하셨다.

받을 수 있었는데 기한이 지나서 못 받는 경우도 많다고.

우리도 세금 쪽이 그랬던 셈이다.

몇 해 전에 그런 게 있다는 걸 알았으면 달랐을 수도 있다.

다만 그걸 알았더라도 그때 우리는 자격이 안 됐을 테니, 그건 몰라서 놓친 게 아니라 아직 안 돼서 못 받은 거였다.

그 두 가지는 다르다.

몰라서 놓친 건 억울한 거고, 아직 안 돼서 못 받은 건 순서를 기다리는 거다.

구별할 줄 알게 되는 데 몇 해가 걸렸다.

그러고 보면 내가 그 몇 해 동안 제일 많이 한 게 알아보는 일이었다.

무슨 제도가 있는지, 우리가 거기에 해당하는지, 해당하려면 뭐가 더 있어야 하는지.

그걸 알아보려면 결국 사람을 만나야 했다.

교육장에 가서 앉아 있었고, 조 대표님 같은 분한테 물었고, 비슷한 일 하는 사람들 얘기를 들었다.

인터넷으로 찾아지는 건 제목까지고, 그 안쪽은 해본 사람 입에서 나온다.

그래서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는 게 중요했다.

아는 척하면 알려주는 사람이 입을 닫는다.

그걸 늦게 배웠다.

처음 몇 해는 모르는 걸 들키는 게 싫었다.

나이가 적지 않은 채로 새 일을 시작했으니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모르는 걸 숨기면 그 자리에서만 체면이 서고 일은 안 된다.

몇 번 손해를 보고 나서 바꿨다.

그 뒤로는 모르면 그냥 물었다.

그렇게 묻고 다닌 몇 해가 결국 그 네 장이 된 셈이다.

 



■ 이름이 바로 서야 말이 통한다

그날 집에 오면서 생각한 게 있다.

그 네 장이 결국 뭐였나.

전부 이름이었다.

해썹 받은 공장, 6차 산업 인증 업체, 임업후계자, 벤처기업.

하는 일은 그 전과 똑같았다.

산에서 받아다가 말리고 끓이고 담는 일.

그런데 이름이 붙고 나니 그 일을 설명하기가 쉬워졌다.

이름이 없을 때는 무슨 설명을 해도 상대가 그림을 못 그린다.

이름이 있으면 설명을 안 해도 대충 안다.

전화 한 통, 명함 한 장, 거래처 첫 인사 자리에서 그 차이가 난다.

그래서 종이를 모은 게 허세가 아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일을 쉽게 하려고 모은 거였다.

그걸 거꾸로 말하면 이렇게도 된다.

이름만 있고 안이 비면 그게 제일 위험하다.

이름이 붙으면 상대가 믿고 들어오는데, 들어와서 보니 그 이름에 맞는 게 없으면 그 뒤가 없다.

한 번 그렇게 되면 그 이름이 오히려 짐이 된다.

그래서 종이를 받은 다음에 할 일이 더 많다고 그분이 그러셨다.

받기 전에는 받으려고 애쓰고, 받은 뒤에는 그 이름에 맞추려고 애쓴다고.

그 말이 맞았다.

받고 나서 더 조심한 것도 있다.

벤처라는 말이 붙으면 사람들이 기술을 떠올린다.

우리가 하는 건 산에서 받은 걸 말리고 끓이는 일이니 그 기대와 거리가 있다.

그래서 그 말을 앞세워서 다니지는 않았다.

필요한 자리에서만 썼다.

과하게 쓰면 금방 어긋나고, 어긋나면 그 종이가 오히려 흠이 된다.

 



■ 그리고 한 달 뒤

그 뒤로 한 달쯤 지나서 나는 그 회사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법인과 별도로 가지고 있던 기존 일반사업자 쪽에서 문제가 생겼고, 그 때문에 대표 자리를 내려놓게 됐다.

그 얘기는 길고 여기서 풀 얘기가 아니다.

그날 저녁에 조 대표님과 술을 마실 때는 그런 일이 있을 걸 몰랐다.

몰랐으니 그 술자리가 편했던 거다.

지나고 보면 그 종이 네 장이 모인 날과 자리를 내려놓은 날 사이가 한 달이었다.

그게 좀 이상하게 느껴지던 시기가 있었다.

제일 많이 쌓였을 때 손을 뗀 셈이니까.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 네 장은 회사에 붙은 종이고, 내가 그 몇 해 동안 배운 건 나한테 붙었다.

회사를 나오면서 종이는 두고 왔지만 배운 건 들고 나왔다.

그러니 그 다섯 해가 없어진 건 아니었다.

그날 저녁 얘기를 다시 떠올려보면, 좋았던 건 술이 아니었다.

그 몇 해 동안 뭘 했는지를 알아주는 사람 앞에 앉아 있었던 거다.

혼자 하면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가 흐려진다.

옆에서 한 사람이 그걸 정리해서 말해주면 그때 모양이 잡힌다.

네 장이 모였다는 그 한마디가 그런 거였다.

내가 한 걸 내가 세는 것보다, 누가 세어주는 게 선명하다.

그러니 그 자리가 그 다섯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였던 셈이다.

그 뒤에 어떤 일이 있었든 그 저녁은 그 저녁으로 남아 있다.

 




"名不正則言不順 言不順則事不成"

(명부정즉언불순 언불순즉사불성)

 

제자 자로가 공자에게 물었다.

위나라 임금이 선생님을 모셔다 정치를 맡기면 무엇부터 하시겠습니까.

공자가 답했다.

반드시 이름을 바로잡겠다.

자로가 그게 무슨 급한 일이냐는 듯이 되물었다.

그러자 공자가 말했다.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하지 않고, 말이 순하지 않으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 『논어(論語)』 자로편.

 

이름이 제자리에 있지 않으면 말이 어긋나고, 말이 어긋나면 일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일을 시작할 때 이름을 먼저 세웠다.

작은 회사가 종이를 한 장씩 모으는 일도 결국 그와 다르지 않았다.

하는 일은 그대로인데 이름이 붙으면 말이 통하고, 말이 통하면 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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